해외에 장기간 체류하거나 유학, 취업, 주재원 등으로 외국에서 생활하게 될 경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건강관리 시스템’에 대한 이해입니다. 한국에서는 쉽게 접근 가능한 병원과 약국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불편함이 없지만, 해외에서는 문화와 의료체계의 차이로 인해 진료 접근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과 해외 건강관리 시스템을 응급 상황, 일반 진료, 약국 이용 세 가지 측면에서 비교 분석하여, 해외 생활 시 참고할 수 있도록 안내드립니다.
1. 응급 의료 시스템
한국의 응급의료 시스템은 매우 효율적입니다. 전국 어디서든 119에 전화를 걸면 구급차가 즉시 출동하며, 대부분의 종합병원에 24시간 응급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우선적으로 상태에 따라 분류(Triage)를 받고, 필요한 경우 바로 검사나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진료비 역시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아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실손 보험 등을 통해 추가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응급 의료 시스템이 국가마다 매우 다릅니다. 미국의 경우, 911로 응급신고를 하면 구급차가 출동하지만, 이송 비용만 해도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가 청구될 수 있으며, 보험이 없을 경우 치료비 부담이 매우 큽니다. 실제로 간단한 응급실 방문만으로도 1,000달러 이상 청구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공공의료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며, 국가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응급 진료도 무료 또는 소액만 부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NHS 또는 Krankenkasse 등 공공보험 체계 아래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으며,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지만 진료 자체는 안정적입니다. 호주, 뉴질랜드 등도 공공의료 시스템이 강하게 작동하는 국가이며, 응급실 방문 시 ‘메디케어(Medicare)’ 등 공공보험 적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외국인은 별도의 의료보험이나 여행자보험이 없으면 고액 청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응급실 진료를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지만, 해외에서는 환자의 상태가 ‘생명에 위협이 되는 수준’인지 아닌지에 따라 진료 우선순위가 다르게 적용되므로, 한국과 같은 즉시 진료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에서는 반드시 본인의 의료보험 보장 범위를 확인하고, 응급 상황 시 이용 가능한 병원 리스트와 연락처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일반 진료 시스템
일반 진료에서 가장 큰 차이는 ‘예약제 여부’입니다. 한국은 동네 병원이나 내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 대부분의 진료가 예약 없이 방문이 가능하고, 대기 시간이 짧으며, 진료비도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아 비교적 저렴합니다. 특히 증상이 가볍더라도 바로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을 수 있어 접근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해외는 대부분 ‘GP 시스템(General Practitioner)’ 또는 ‘패밀리 닥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필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NHS를 통해 등록된 GP에게 전화 또는 온라인으로 예약을 한 뒤, 예약 날짜에 맞춰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당일 진료는 거의 불가능하며,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며칠 이상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은 개인 병원, 클리닉, 종합병원 등 진료 기관이 다양하며, 예약 시스템도 일반적입니다. 보험사와 제휴된 병원을 이용해야 보험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본인의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네트워크 병원’ 리스트를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진료비는 병원, 지역, 진단 항목에 따라 크게 다르며, 보험이 없다면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유럽 국가에서는 공공보험 체계가 적용되어 진료비 부담은 낮은 편이지만, 그만큼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전문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GP를 통해 1차 진료 후, 의뢰서를 받아야만 전문의 방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감기, 피부 트러블, 위장 장애 등 사소한 증상에도 바로 병원을 방문해 약을 처방받을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런 경미한 증상은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구입하거나, 가정에서 자가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런 시스템 차이를 이해하고, 해외 거주자는 증상이 생기기 전부터 주치의를 등록하고 예약 시스템을 익혀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약국 시스템
한국의 약국 시스템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으며,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반드시 병원 진료 후 약국에서 구입해야 합니다. 일반의약품(감기약, 소화제, 연고 등)은 약사의 복약 지도를 통해 구매할 수 있으며, 드러그스토어보다는 ‘약국’에서만 구입이 가능합니다. 해외에서는 약국의 개념이 더 넓고 유연한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유럽, 호주 등지에서는 ‘파머시(Pharmacy)’ 또는 ‘드럭스토어’가 대형 마트, 슈퍼마켓과 결합된 형태로 운영되며, 일상용품과 함께 의약품을 판매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CVS, 월그린(Walgreens), 유럽의 Boots, 독일의 dm 등이 있습니다. 해외 약국에서는 일반의약품을 약사 없이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며, 감기약, 진통제, 항히스타민제, 지사제 등은 처방 없이 판매됩니다. 하지만 항생제나 특정 전문의약품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가 가능하며, 일부 국가는 의사 외에도 ‘약사’가 간단한 증상에 대한 처방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약의 종류도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감기에 걸리면 처방약으로 항히스타민제, 해열제, 진해거담제 등이 혼합되어 제공되지만,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각 성분이 개별 제품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본인이 직접 증상에 맞는 조합을 선택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또한 해외 약은 같은 성분이라도 제품명이 다르거나 복용법이 상이할 수 있어, 한국에서 자주 복용하던 약의 성분명과 복용 용량을 사전에 메모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타이레놀’과 동일한 성분인 ‘Acetaminophen’은 미국에서 Tylenol, Paracetamol 등의 이름으로 판매됩니다. 언어 장벽도 약국 이용 시 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약 지도를 받을 때에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역 약국을 이용하거나, 번역 앱을 활용해 주요 증상과 복용 중인 약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과 해외 약국 시스템은 접근성, 의약품 관리 방식, 소비자 책임 수준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해외 체류 전 또는 체류 중에는 본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약 목록을 미리 준비하고, 현지 약국 이용 방법을 숙지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